AI 데이터센터의 병목 시리즈 ③: 액침냉각 관련주

AI 데이터센터가 커지면서 가장 자주 듣는 하소연이 있다.

“서버가 너무 뜨거워서 더 못 넣어요.”

공기로 식히는 방식은 이미 한계에 가깝다.

랙에 고성능 칩을 더 꽉꽉 채울수록, 선풍기 같은 팬을 아무리 돌려도 열이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요즘 눈길을 끄는 게 액침냉각이다. 말 그대로 서버를 특수한 액체에 “담가서” 식히는 방식이다.

처음 들으면 거부감이 들지만, 원리는 간단하다.

공기보다 액체가 열을 훨씬 잘 빼앗아가니,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장비를 넣어도 온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덕분에 전기요금의 큰 몫을 차지하는 냉각 에너지 소비가 내려가고, 같은 건물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의 양이 늘어난다.

왜 지금이냐고 묻는다면, 답은 “밀도”다.

최신 AI 서버는 한 랙에 들어가는 전기량이 예전과 차원이 다르다.

공기를 차갑게 만들어서 방 전체를 식히는 방식으로는 그 열을 다 처리하기 어렵다.

물을 파이프로 흘려서 칩 근처를 식히는 방식(수랭)도 확산되고 있지만, 특정 수준을 넘어서면 액침이 더 경제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액침은 두 가지 길이 있는데, 하나는 기름 같은 액체에 통째로 담가서 식히는 방법, 다른 하나는 끓는점이 낮은 특수 액체로 기포를 만들며 열을 빼는 방법이다.

둘 다 핵심은 “열을 쉽고 빨리 밖으로 빼내는 것”이다. 무슨 복잡한 과학 얘기처럼 들리지만, 현장에서 중요한 건 훨씬 단순하다.

얼마나 빨리 도입할 수 있느냐, 기존 건물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적용할 수 있느냐, 유지보수는 편하냐, 비용이 줄어드느냐—이 네 가지다.

처음 도입하는 회사들이 가장 먼저 하는 건 작은 시험 운영이다.

일부 랙만 액침으로 바꿔서 성능과 안정성을 확인해 본다.

여기서 기대한 만큼 온도가 잘 잡히고, 관리가 어렵지 않다고 판단되면 조금 더 넓혀 나간다.

완전히 새로 짓는 센터라면 처음부터 액침을 염두에 두고 바닥 하중, 배관, 배수, 안전 기준을 설계에 반영한다.

기존 건물을 개조하는 경우에는 “혼합형”이 흔하다. 열이 아주 심한 구역만 액침으로 바꾸고, 나머지는 기존 방식(공랭이나 수랭)을 유지한다.

이렇게 섞어서 쓰면 비용과 공사 기간을 아끼면서도 가장 뜨거운 병목을 먼저 풀 수 있다.

그렇다고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서버를 액체에 담그려면 그 액체가 안전해야 하고, 만약 새거나 증발했을 때의 리스크도 관리해야 한다.

부품 호환성, 교체와 청소 절차, 화재·환경 규정 같은 현실적인 과제도 있다.

그래서 공급업체를 고를 때는 냉각 장치만 보지 말고, 펌프·열교환기·탱크·감시 시스템까지 포함한 “전체 세트”를 어떻게 지원해 주는지, 고장이 났을 때 바로 대응할 수 있는지, 유지보수 인력을 얼마나 쉽게 구할 수 있는지까지 확인하는 편이 좋다.

액체 자체도 다양해서, 각 회사가 추천하는 제품이 다르고 성능·비용·안전성이 조금씩 다르다.

처음에는 표준이 엇갈려 선택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래서 더더욱 작은 규모의 시험 운영으로 데이터를 쌓는 게 중요하다.

투자 관점에서는 두 가지 신호가 눈에 띈다.

하나는 대형 클라우드나 코로케이션(임대형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실적 발표나 행사에서 “소규모 테스트에서 본격 도입으로 넘어간다”는 말을 하는지다.

보통은 파일럿을 거쳐 단계적으로 규모를 늘리는데, 이 구간에서 관련 장비 업체의 수주 공지가 연달아 나온다.

다른 하나는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컴퓨팅을 돌렸다”는 식의 효율 개선 코멘트다.

이는 전기·냉각 비용을 낮출 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부지 희소성이 커지는 지금 가장 귀한 능력이다.

미국 상장사 중에서는 이 흐름과 직접·간접으로 연결된 종목을 메모해 두자.

슈나이더 일렉트릭(SU 관할 상장, 미국 OTC에 SBGSY ADR 유통)과 이튼(ETN)은 데이터센터 전력·냉각 솔루션을 통합으로 제공하는 비중이 커서 액침 트렌드의 수혜를 간접적으로 받는다.

버티브(VRT)는 랙 냉각과 전력 인프라에 강하고, 점점 더 고밀도 환경에 맞춘 솔루션을 확대하고 있다.

슈퍼마이크로(SMCI)는 서버 제조사이지만, 고밀도 랙과 맞춤형 냉각 옵션을 함께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 액침/수랭 전환과 발맞춰 움직인다.

공사·설치 측면에서는 퀀타 서비스(PWR)가 전력 인프라 공정 전반을 맡는 경우가 많아, 데이터센터 확장과 함께 간접 수혜를 받는 편이다.

결국 포인트는 간단하다. 공기로 식히는 시대에서 물, 그리고 액체로 식히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

이 전환이 빠른 곳은 같은 전력과 같은 건물로 더 많은 일을 처리한다.

전기요금과 부지 비용이 부담인 시대에, 이건 곧 경쟁력이다.

다음 몇 분기 동안은 “누가 먼저, 어디까지 바꿨나”를 체크하는 것만으로도 투자 힌트가 생긴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칩이 아니라, 열이 프로젝트의 속도를 정한다.” 이제는 그 열을, 더 똑똑하게 다룰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