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투자 얘기만 나오면 다들 GPU부터 떠올리지만, 실제 공사가 막히는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전기 들어오는 길”입니다.
건물 밖에서 전기를 끌어와 내부로 보내고, 뜨거워진 열을 식히기까지의 과정이 느려지면 비싼 GPU가 태업하게 됩니다.
오늘은 그 출발점인 변압기 이야기만 쉽게 풀어볼게요. 어려운 용어는 빼고, 투자에 참고할 만한 미국 상장사 티커도 적어두었습니다.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작은 도시”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도시가 굴러가려면 외부에서 전기를 많이 끌어와야 하죠.
그 전기를 안전하게 받아서 센터가 쓸 수 있도록 바꿔주는 장치가 변압기입니다.
문제는 요즘 이 변압기를 구하고 설치하는 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린다는 겁니다.
주문 넣고 도착해서 시험하고 전기를 실제로 흘리기까지 1년은 기본, 바쁠 때는 1년 반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 이렇게 느릴까요?

첫째, 만드는 과정이 복잡합니다.
커다란 철심(전기강판)과 구리선이 많이 들어가고, 무게도 엄청나 운반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공장에서 검사(출하 전 테스트)할 수 있는 시간표도 낭비 없이 맞춰야 하고, 현장에 옮긴 뒤 또 한 번 최종 점검을 해야 합니다.
중간에 일정이 조금만 꼬여도 전체가 밀리기 쉬운 구조예요.
둘째, 재료 수급이 타이트합니다.
핵심 재료인 전기강판(쉽게 말해 ‘좋은 철판’)과 구리 가격이 오르면 견적이 함께 오르고, 필요한 부품을 제때 못 구하면 제작이 멈춥니다.
예를 들어 연결 단자나 전압 조절 장치가 늦어져도 전체 납기가 따라 늦어지는 일이 흔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한 가지 부품 회사에만 의존하지 않고, 비슷한 성능의 대체품을 미리 승인 받아 두는 방식이 선호됩니다.
셋째, 서류와 인증 절차가 깁니다.
나라·지역마다 안전 기준과 시험 방법이 달라 “서류가 완벽해야” 출하가 됩니다.
공장에서의 시험, 현장에서의 시험 두 번을 거쳐야 하니 일정 잡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설계 변경을 중간에 하지 않도록 처음에 기준을 확실히 정하고, 시험 일정을 미리 예약해 두는 게 거의 필수 팁처럼 공유됩니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포인트는 단순합니다.
변압기를 빨리, 많이 만들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그 회사들이 “증설”을 실제로 하고 있는지입니다.
또 하나, 가격 전가가 가능한가? 재료비가 올라가면 판매가에 반영해서 마진을 지킬 수 있는가?를 실적 코멘트에서 확인해 보면 흐름을 읽기 좋습니다.

관련해서 미국 주식 티커를 공유해드리니 참고해주세요.
- GE Vernova (GEV): 전력 설비 전반을 다루며 변전·송배전 솔루션을 보유.
- Eaton (ETN): 전력 인입·분배 장비 강자. 변압기와 연계되는 스위치기어·보호장치 포트폴리오가 넓음.
- Hubbell (HUBB): 전력 인프라 부품에 강하고, 유틸리티 사이클에 민감.
- Powell Industries (POWL): 변전 시스템·전력 패키지로 데이터센터 수요의 수혜를 거론받는 종목.
- Quanta Services (PWR): 제작사는 아니지만, 전력망 공사·연결 공정의 대표적 시공사라 변압기 설치·연결 프로젝트 흐름을 같이 탑니다.
이런 종목들은 “납기 단축” “증설 발표” “수주 공지” 같은 키워드에 즉각 반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기 실적 발표에서 “납기(리드타임)가 줄어든다/늘어난다”, “북미·유럽 수주가 더 들어온다”, “공장 자동화·라인 추가” 같은 말이 나오면 체크해 두세요.
원자재(구리, 전기강판) 가격이 크게 출렁일 때는 단가에 얼마나 빨리 반영하는지도 중요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고전압 케이블”을 이야기합니다. 변압기에서 받은 전기를 데이터센터까지 ‘안전하게’ 끌고 오는 길—생각보다 변수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