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배·3배 레버리지 ETF, 왜 위험할까? 쉽게 끝내는 핵심 정리

“지수가 오르면 2배로 먹는 거 아니야?”

처음 레버리지 ETF를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렇게 생각한다.

차트가 이쁘게 우상향만 해준다면야 그 말이 틀리지 않다. 문제는 시장이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하루에 오르고, 그 다음 날 내리고, 또 오르다가 살짝 쉬고… 이 흔들림 속에서 레버리지 ETF는 생각보다 빠르게 체력이 소모된다.

오늘은 ‘왜’ 그런지를 딱 감이 오도록, 수식 없이 풀어보겠다.

레버리지 ETF는 “하루 수익률을 2배(혹은 3배)”로 맞추도록 만들어졌다.

이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가 “하루”다.

한 달 누적, 1년 누적을 2배로 보장하는 상품이 아니다.

운용사는 매일 장이 끝나면 파생상품 포지션을 재조정해서 내일도 다시 2배가 되도록 세팅한다.

이 매일의 재조정이 쌓이면, 우리가 머릿속으로 그린 “지수의 2배”와 실제 결과는 점점 달라진다.

감이 잘 안 오면 아주 간단한 예시를 떠올려보자.

지수가 100에서 시작해서 첫날 10% 오르고, 둘째 날 9.09% 빠져서 다시 100으로 돌아왔다고 하자. 결과적으로 지수는 본전이다.

그런데 2배 ETF는 첫날 20% 오르고, 둘째 날 18.18% 빠진다.

숫자만 보면 “거의 본전 아니야?” 싶지만, 100에서 120이 됐다가 18.18%를 잃으면 98.18이 된다.

지수는 제자리인데, 2배 ETF는 -1.82%.

별거 아닌 이틀의 흔들림이지만, 이런 왕복이 여러 번 반복되면 손실이 눈에 보이게 쌓인다.

이걸 ‘변동성 감가’라고 부른다. 같은 시작과 같은 끝이어도, 중간 경로가 덜컥거리면 레버리지는 성과가 마모된다.

박스권에서는 이 현상이 더 선명해진다.

하루는 +1%, 다음 날은 -1%, 다시 +1%… 이런 식으로 몇 주만 흘러도 지수는 원위치에 가까운데, 레버리지 ETF만 슬금슬금 밀려난다.

이유는 간단하다. 매일 배수를 곱하는 일복리 구조라서 오른 날과 내린 날이 번갈아 나오면 곱셈 결과가 조금씩 불리해진다.

여기에 매일의 재조정 메커니즘이 기름을 붓는다.

전날 올랐으면 다음 날 배수를 맞추느라 포지션을 늘려야 하고, 내렸으면 줄여야 한다.

추세가 꺾이는 순간에는 고점에 많이 들고, 저점에는 적게 들게 되는 역설이 발생한다.

인간 트레이더가 일부러 그렇게 하라면 안 할 행동이지만, 규칙은 냉정하다. 이 역설이 장기 보유에서 누적 손실로 변한다.

비용도 무시하기 어렵다.

총보수는 일반 ETF보다 높고, 파생상품을 쓰느라 발생하는 스왑 비용과 스프레드, 추적오차가 성과에 스며든다.

거래 빈도가 높다 보니 피로도도 커진다.

시장이 순풍 불 때는 잘 안 느껴지지만, 횡보나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는 이런 마찰비용들이 확실히 존재감을 드러낸다.

시간은 장기 투자자의 친구라고들 하지만, 레버리지 ETF에선 그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모가 커진다.

그럼 레버리지 ETF를 절대 쓰지 말아야 하느냐? 그렇지는 않다.

이 도구가 빛나는 순간이 분명 있다.

방향성과 기간이 뚜렷한 짧은 추세, 그리고 그 추세를 매일 관리할 수 있는 상황.

“강한 상승이 2~3주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판단이 있고, 손절과 퇴출 규칙을 스스로 어기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작은 비중으로 효율적으로 노출을 키울 수 있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시간을 짧게 가져갈 것. 둘째, 규칙을 사전에 정하고 반드시 지킬 것.

실전에서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니, 간단한 프레임을 하나 제시하고 마무리하겠다.

목표–진입–퇴출, 이 세 줄만 명확히 적어둔다.

예를 들어 “지수 강세 추세 2~4주 노출 극대화”가 목표라면,

진입은 “20일선 위에서 돌파 후 3일 연속 고점·저점 상승” 같은 객관식 조건으로 적는다.

퇴출은 “종가 20일선 이탈”이나 “고점·저점 하락 전환”처럼 단순하게.

그리고 시간 스톱을 꼭 붙인다.

가격 손절만 믿지 말고 “최대 10거래일” 같은 만기일을 정해두면, 박스권에서 질질 끌리는 걸 막을 수 있다.

포지션 크기는 자산의 일부—5~10% 같은 범위로 제한하자.

레버리지는 맞으면 크게 맞고, 틀리면 빨리 털어야 하는 도구다.

정리하면 이렇다. 레버리지 ETF는 ‘하루 수익률을 증폭’시키는 아주 특정한 공구다.

길게 들고 가면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가 상상하는 그림과 결과가 어긋난다.

시장이 생각보다 오래 흔들린다는 사실, 그리고 그 흔들림이 레버리지에게는 복리로 누적된다는 사실만 기억하자.

짧게, 작게, 규칙적으로. 이 세 가지만 지키면 유혹은 도구가 되고, 방심하면 도구는 위험으로 바뀐다.